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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소녀만화 베스트5 (영심이 포함 추천작)

by 초록이!! 2025. 10. 5.

80년대 만화 사진

1990년대는 한국 만화계에 있어 소녀만화의 황금기였습니다. TV 애니메이션, 소년·소녀 잡지 연재, 문방구에서 팔던 단행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했던 소녀만화는, 그 시절을 살아간 이들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정서적 자양분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대의 감성과 감정 성장을 담아낸 소녀만화 다섯 편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지금 다시 봐도 공감되는 여성 성장 서사의 정석들을 만나보세요.

① 아니 벌써 영심이 – 사춘기 소녀의 리얼 성장기

김수정 작가의 대표작 아니 벌써 영심이는 1990년대 대표 소녀만화이자, 현실적인 사춘기 성장담을 담은 수작입니다. 주인공 영심이는 외모나 성격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동네 친구 같은 캐릭터로,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하고 후회하고, 또 웃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줬습니다.

특히 이 만화의 강점은 ‘이상형 캐릭터’가 아닌 현실에 존재할 법한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엄마와 자주 다투고, 동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일상적이죠. 거울 앞에서 외모를 걱정하거나, 짝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친구와의 갈등에 흔들리는 모습은 90년대뿐 아니라 지금 세대 청소년에게도 여전히 통하는 감정선입니다.

또한 영심이는 단순히 웃기고 엉뚱한 캐릭터가 아니라, 매 순간 성장하고,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주체적인 여성상으로 발전합니다. 이러한 요소는 복고 감성을 넘어서 지금 콘텐츠 소비자들에게도 재공감 포인트가 됩니다.

② 달려라 하니 – 가슴을 울린 소녀 스포츠물

달려라 하니는 '성장'이라는 테마를 가장 진중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니는 육상 선수로 성장하며, 가정의 불우함, 친구와의 경쟁, 사랑과 우정의 경계 등 다양한 현실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립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특히 하니와 나애리의 라이벌 구도는 단순한 경쟁 이상의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하니는 가난하고 다소 거칠지만 진심이 있고, 나애리는 완벽하고 우아하지만 내면에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죠. 이 대비는 당대 소녀들에게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하니는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며, 스스로의 삶을 바꾸기 위해 스포츠에 진심으로 몰입하는 모습으로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습니다. 그녀의 눈물, 질투, 용기, 사랑은 단순히 드라마적 장치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성장통의 감정선으로 작동합니다.

요즘 시대의 소녀들이 봐도, 하니의 투지와 인간적인 감정선은 매우 유효합니다. SNS와 비교의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삶의 태도는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③ 캔디 캔디 – 희망과 사랑을 간직한 순정만화의 고전

캔디 캔디는 일본 순정만화의 고전이자, 한국 소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고아 소녀 ‘캔디’가 성장하면서 겪는 수많은 시련과 만남, 이별, 그리고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신파극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서사로 완성되었습니다.

캔디는 울고 웃고 사랑하고 좌절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그녀가 연애의 대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선택과 주체성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당시 기준으로도 매우 진보적인 여성 캐릭터였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다소 정통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와 진정성은 시대를 넘어섭니다. 앤서니, 테리, 알버트 등 다양한 인물과의 관계도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생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다룹니다.

이런 점에서 캔디 캔디는 단지 로맨스만화가 아니라, 복합적인 성장 드라마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웹툰이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도 견줄 만큼, 입체적인 인물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④ 빨간 머리 앤 – 자아와 상상력의 상징

빨간 머리 앤은 ‘말 많은 소녀’에서 ‘생각하는 소녀’로 진화한 캐릭터의 대표 격입니다. 어릴 때 보았던 이 작품은 예쁘거나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녀가 상상력, 독서, 자연, 관찰력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앤은 언제나 어른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거부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꾸려가는 인물입니다. 때문에 시대를 초월해 페미니즘적 상징으로도 종종 거론됩니다.

그녀의 감정선은 복잡하지만, 언제나 희망과 따뜻한 시선으로 마무리되며 소녀들에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용기를 줍니다. 교육·문학적 가치도 높은 이 작품은 지금의 콘텐츠 속 캐릭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⑤ 소나기 – 감정선 중심의 순수 감성 만화

소나기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감성 만화 버전도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여운과 정서적 몰입도가 매우 깊습니다.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 그리고 너무 빠른 이별은 잔잔한 전개 속에서도 독자들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립니다.

90년대 만화 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이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보여주며, 많은 여백과 정적인 장면들이 감정의 섬세한 진동을 극대화합니다. 요즘 콘텐츠에서 보기 힘든 정적 연출은 오히려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하죠.

지금 봐도 지나치게 순수해서 낯설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첫사랑의 감정, 말하지 못한 감정, 슬픈 성장의 감정선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바라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90년대의 소녀만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자아의 성장, 감정의 이해, 세상과의 첫 충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를 안겨주었습니다.

지금 복고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도 그 향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시대의 만화들이 전한 진심과 메시지, 그리고 성장을 응원하는 힘은 지금 세대에게도 충분히 유효합니다. 오늘, 잠시 멈춰 서서 그 시절의 만화 한 편을 다시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