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소울(2020)』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지만, 둘 다 감정의 본질, 자아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치히로’는 낯선 세계에서 자신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을 겪고, ‘조’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진짜 삶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하나는 동양의 상징과 은유, 하나는 서양의 명확한 개념과 철학으로 감정과 자아를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치히로’와 ‘조’의 여정 요약
『센과 치히로』는 신들의 세계에 갇힌 10살 소녀 치히로가 부모를 구하고 자신의 이름과 자아를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욕망, 상실, 기억을 상징하는 존재들과 만나며 정체성을 회복해 나갑니다.
『소울』은 죽음을 맞이한 재즈 뮤지션 조가 ‘태어나기 전의 세계’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여정을 그립니다. 조는 22번이라는 영혼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인생의 감각들을 배웁니다.
감정 표현의 방식 – 상징과 직설의 차이
센과 치히로는 이름, 돼지, 욕탕, 정령 등을 통해 은유적으로 감정과 인간 사회를 비판하고 상징화합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빼앗기는 건 자아를 잃는 것이고, 오물신은 정화되지 않은 감정을 뜻합니다.
소울은 감정과 자아를 직접적인 대사와 시각적 설정으로 설명합니다. 태어나기 전의 공간, 스파크, 삶의 목적 등은 감정과 삶에 대해 논리적 접근을 하며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 센과 치히로 →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 (상징과 체험)
- 소울 → 감정을 ‘설명하는’ 영화 (개념과 철학)
자아 찾기의 경로 – 정체성 회복 vs 정체성 해체
치히로는 ‘센’이라는 가명을 받으며 과거와 본래 자아를 잃게 됩니다. 그녀의 여정은 이름과 기억을 되찾는 ‘정체성 회복’에 초점을 둡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아관, 즉 '본래 자아'를 중심에 둔 관점입니다.
반면 조의 여정은 '내가 뮤지션이니까 가치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정체성 해체’입니다. 그는 결국 삶의 목적이 특정한 직업이나 성취가 아닌 ‘살아가는 감각’에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치히로는 자아를 기억하고 지키는 것, 조는 자아를 재정의하고 유연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삶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 성장이란 무엇인가
치히로의 성장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증명해 가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그녀는 스스로 선택하고 실수하고, 책임지며 성장합니다. 이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겪는 '내면의 성장'입니다.
조의 성장은 삶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깨닫는 데 있습니다. 그는 꿈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지만, 실은 주변의 일상 속에 삶의 진짜 감각이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두 인물 모두 삶의 과정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진정한 성장을 경험합니다.
결론: 정체성 혼란의 시대, 이 두 작품이 전하는 방향
지금 우리는 정체성과 감정이 흐릿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고, 사회적 역할에 자아를 맞추며, 감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갑니다.
『센과 치히로』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진짜 나, 그 감정과 기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소울』은 "당신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삶은 의미 있고, 모든 순간은 가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다른 방식이지만, 이 두 작품은 정체성과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와 안내를 건넵니다.